10·27법난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연재 (8)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학생부 최우수상) 송진선 양

우연히 접하게 된 10.27법난 특집 다큐멘터리와 10.27법난의 진실이라는 책을 읽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불교계에서 그런 큰일이 있었다니! 놀랍고도 의외였던 사실에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내가 불교 신자였다면 불교가 그런 수모를 겪었다는 사실에 감정적인 슬픔이 먼저 앞섰겠지만, 그것보다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서 부끄러운 점이 저렇게나 많았다니 경악스러웠다.

당시 법난을 겪었던 스님들은 여태까지 자신들이 왜 그런 수모를 겪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그 후유증과 피해에 대해서 보상해 주지 않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내가 그런 상황에 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새벽에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이유도 모른채 끌려가 갖은 고문을 받고, 있지도 않은 불법 횡령금 등을 증거로 내세워 종교계에서 쫓아내는 등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과 수모는 말로 다 할 수 없었음을 느꼈다.

전두환 정권은 왜 그렇게 유독, 불교를 탄압했는가? 전 정권은 무력으로 집권한 비민주적인 정권이었다. 그렇게 권력을 휘어잡은 그 정권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사회적, 지식적으로 깨우친 민중을 억압적으로 눌러야만 했다.

그리고 똑똑해진 민중들을 좀 더 전략적으로 누르고, 혼동시키기 위해서 언론, 정치, 사회 등을 이용했다. 기독교, 가톨릭교 등이 정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학교에서도 당연히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언급을 할 수도 없었다.

정부는 신군부의 불교탄압에 대한

왜곡된 보도를 정정하고 진실을

널리 알려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교는 예외였다. 당시 조계종 내부 분열을 정리하고 막 단일종단을 만들었던 불교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내세워 지지성명을 해주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런 태도를 보이는 불교가 못마땅하게 느껴졌고 이것을 법난으로 표현했다.

계엄 종료일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막바지로 어떤 것을 탄압하여 정권의 위엄을 보여주려던 찰나, 불교가 걸려든 것이다. 더군다나 개신교나 가톨릭은 국제적 네트워크가 있었고 조직화가 단단했지만, 단일종단을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은 불교는 조직화가 미약했다.

그런 약점 아닌 약점을 잡은 정부는 10월 27일 새벽, 사찰에 침입하여 주지스님들 및 재정 관련 스님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해갔다. 보안사령부로 끌려간 스님들은 성직자가 아닌 죄수로 취급받아 죄수복을 입고 전기고문 등 갖은 고문과 협박, 구타를 당했다.

불교 정화라는 미명 하에 꼬투리를 잡아 자신의 뜻을 거부했던 불교를 의도적으로 탄압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거자료라고 내세운 것들은 대부분 사찰이나 학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재단 같은 사유화 할 수 없는 재산들을 시가로 환산한 것들이었다.

종교에 몸담은 사람들이 그런 거금을 쥐어 볼 기회조차 없었음을 뻔히 알면서도 언론플레이로 정부는 그들을 무법스님, 비리스님으로 낙인을 찍었다. 이런 의도적인 탄압의 결과 불교 종단의 위계질서가 파괴되었고, 어떤 스님은 이유도 모른 채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고, 어떤 스님은 환속해서 살게 되었으며, 어떤 스님은 파킨슨병까지 얻는 등 장기적인 신체 후유증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써 한국불교는 1700년 역사에서 가장 비이성적이고 무자비한 대우를 받은 치욕의 역사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적인 면이든 종교적인 면이든 대단히 치욕스러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 4.19혁명 같은 경우는 물어보면 그 누구라도 안다고 대답하지만, 10.27법난을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피해자인 혜성 스님이 재판에서 패소하시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 법회가 열릴 때에도 정부 관계자는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는 법난의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만약 한국전쟁 때의 피해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면 정부나 사회가 무관심했을까? 4.19혁명 때의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도 관심 밖에 놓였다면 또한 그에 대한 사회의 태도가 이와 같았을까?

정부는 과거 신군부의 불교 탄압에 대한 왜곡된 보도를 정정하고 진실을 널리 알려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각자 그 일에 적극 동참하고 불행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다. 잠시 관련 공지를 하긴 했는데 괜히 눈치가 보여 응모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스님의 권고를 받아 용기를 내어 응모하게 되었다. 시작은 타율적이었지만 글을 읽고 자료를 보는 동안에 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망칠 수도 있고 건강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해 준 친척 스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법난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스님과 불교계가 속히 치유되기를 바라면서 원고를 맺는다.

[불교신문 2796호/ 3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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