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복연 소장 ‘비구니승가의 위상과 역할’ 토론회서 주장

불교교리는 평등한 반면, 현재 조계종단의 운영은 남녀차별적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명우스님)와 중앙종회 비구니회(회장 일운스님)가 2월28일 개최한 ‘자성과 쇄신 결사를 위한 비구니승가의 위상과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옥복연 종교와 젠더연구소장은 이같이 밝혔다.

‘성평등한 교단을 위한 비구니승가의 역할기대’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옥 소장은 남녀평등성을 중심으로 비구니승가의 현실을 살펴봤다.

이날 발표에서는 중앙종회의원 수를 비구니 스님 10명으로 규정한 중앙종회의원선거법, 총무원장 자격을 비구 스님이라고 한정한 종헌, 교구본사주지자격을 비구 스님으로 한정한 것과 팔경계(비구니가 지켜야 하는 여덟가지 경법, 100새세의 비구니라도 새로 비구계를 받은 비구를 맞아 예배해야 한다 등)에 대한 출재가자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이는 2011년 종교와 젠더연구소에서 비구스님 175명과 비구니 스님 152명 등 총 3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과 2010년 서울대여성연구소와 불교여성개발원이 1589명을 대상으로 한 불교신자 실태조사 결과이다.

종헌종법에 대한 출재가자의 성평등 인식을 보면, 비구니 스님 응답자 중 82.6%와 우바이 응답자 78%가 ‘비구니 스님이 교구본사 주지를 할 수 없다’는 항목을 가장 심각한 차별조항으로 꼽았다. 반면 비구 스님은 20.9%만 차별이라고 응답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구 스님이 종헌종법에 대한 차별인식은 물론 팔경계에 대한 차별인식이 낮은 것에 비해, 비구니 스님은 모든 조항에서 남녀차별을 인식했다. 이 같은 남녀차별에 대한 인식은 출가자보다 재가자가 더 높았다. ‘비구니 스님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냐’는 질문에 우바새 73%, 우바이 86.8%가 찬성입장을 밝혔다.

옥 소장은 “이번 조사결과 팔경계, 성차별적 종단운영과 종헌종법이 비구니 승가의 소극성과 수동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이었다”며 “차별적 종단운영과 종헌종법 개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또 종헌종법의 비구니 차별조항에 대한 고찰도 이뤄졌다. 중앙종회의원 탁연스님은 ‘교단내 비구니승가의 위상정립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교구본사주지는 물론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비롯해 계사 및 법계위원, 원로의원 등 자격 및 선거권 관련 조항을 ‘비구’가 아닌 ‘승려’로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탁연스님은 “종헌종법상 법적 제재가 자못 심각하다”며 “일시에 법개정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지만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세미나에서는 중앙종회 비구니회장 일운스님의 ‘한국불교와 비구니승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했다. 또 전국비구니회 기획실장 효탄스님이 ‘자성과 쇄신 결사가 비구니승가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전국비구니회장 명우스님은 “종단이 자성과 쇄신결사를 통해 한국불교가 민족종교로서 자긍심을 되찾고 사회와 함께하는 국민 불교로서 다시 서는 계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비구니승가는 자비와 보살정신으로 종교평화, 생명, 환경, 평등사상 구현 등 주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부처님 입각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은 “과거 비구니승가 구성원들이 보여준 다양한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외유내강 특유의 섬세한 수행가풍을 통해 우리 사회와 중생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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