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연재 (7)
10·27명예회복심의위원장상(우수상) 박영문 씨

‘10.27법난’은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였다. 물론 내가 그 당시를 겪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만큼은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던 중에 MBC 10.27법난 30주년 특집다큐 ‘진실과 화해의 길을 찾아’를 보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평범한 불교 관련 다큐이겠거니 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누가 내 머리를 내려친 것처럼 큰 충격이었다. 그것은 이처럼 큰 사건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내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여러 종교 중에서 불교만을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탄압했던 신군부의 행태에 대한 충격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시작되고 화계사 정수 스님의 영결식이 진행되는 장면이 나올 때에도 ‘10.27법난’의 심각성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다른 스님의 인터뷰에서 정수 스님께서 법난으로 인해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않으셨어도 이렇게 외롭게 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을 들을 때부터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기에 저렇게 말씀하실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바로 다음에 나오는 우홍근 씨의 내용을 보면서 바로 해소되었다. 일반적으로 불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대부분 스님들이 나오는데 일반인이 나와서 조금 의아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다보니 예전에는 ‘학우’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홍근 씨의 내용을 보면서 듣게 되었던 단어 ‘체탈도첩’, 처음 듣는 단어여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굉장히 심각한 의미를 지닌 단어였다. 그것은 출가한 이후에 수행한 기간과 관계없이 승적을 박탈하고 강제로 환속시킨다는 것이었다.

피해입은 불교계에 대해

국가가 피해보상 해야

책임자 찾아 불교계에

진심으로 용서도 빌어야

체탈도첩의 의미를 알고 나서 우홍근 씨의 내용을 다시 보았더니 ‘10.27법난’의 심각성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10.27법난’의 후유증으로 인해서 허리의 통증이 심해져 거동이 불편하지만 그 고통보다도 수행자의 길을 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우홍근 씨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었다.

본인 스스로가 수행자의 길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미련이 남아서 아직도 마곡사를 드나들며 마음을 달랠까 하는 생각을 하니 겪어보지 못한 나조차도 마음이 좋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우홍근 씨는 전쟁고아로 어렵게 살다가 출가했다는 점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쟁으로 고아가 된 것은 국가의 잘못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다가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고 출가해서 수행하던 우홍근 씨를 국가가 또다시 불행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점점 집중하게 되고 마음이 무거워질 무렵, 낯 익은 스님 한 분이 화면에 나왔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스님들 중에 유일하게 뵌 적이 있는 원행스님이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스님을 뵈었을 때 거동이 원활치 않아 보였는데 스님도 ‘10.27법난’의 피해자 중 한 분이셨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스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머릿속에는 불교계에 피해자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 다음은 내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혜성스님의 인터뷰였다. 혜성스님은 화면에 나오시는 장면부터 안타까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옆에서 부축해 드리는 것을 보고 당시의 고초가 어땠을지 나 혼자의 상상만으로 충분했다.

올해가 ‘10.27법난’ 31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모든 일을 주도 했던 책임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결국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루빨리 ‘10.27법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법이 만들어지고 우홍근 씨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교계를 떠나게 된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구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10.27법난’으로 피해를 입은 불교계에 대해서 국가가 나서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야 되고 책임자를 찾아서 불교계에 진심으로 용서를 빌도록 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불교신문 2795호/ 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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