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연재-6
10·27명예회복심의위원장상(우수상) 여송민 양

저는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평범한 학생입니다. 불교신자라고 나서서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의 신심을 가지고 있어 가끔 부처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못난이 불자입니다.

그런 제가 우연한 기회에 <불교신문>을 통해 10.27법난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어 MBC 10.27법난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받은 충격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 속에서 불교계에 저런 엄청난 일들이 태연하게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놀라움과 두려움은 곧 슬픔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저에겐 늘 존경의 대상이었던 스님들에게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군인이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TV를 보는 내내 그런 굴욕을 당하는 스님들의 처지에 눈물이 절로 글썽여졌습니다.

사실 시험과 성적에 급급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 교과서 밖의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갈등에 대해 듣긴 했지만 그 어디에도 10.27법난으로 인해 불교가 핍박당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감춰진 하나의 사건으로만 존재한 채 명확한 보상과 해결은커녕 진실조차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사실이 답답했습니다.

스님들을 강제로 연행해서 구타하고 군인과 경찰들을 동원해서 사찰을 마구잡이로 짓밟은 사실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다른 어떠한 종교보다도 우리 민족과 함께 유구한 세월을 같이 보낸 불교에 대해 저질렀던 만행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서였을까요? 진실을 은폐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한 행동들은 어떤 이유라도 용서받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10·27법난은 끝나지 않은 것이며

계속 진행중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못난이 불자이긴 하지만 불교신자로서 알게 된 10.27법난은 저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게 만들었습니다. 깊이 있게 신심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제 자신을 뒤돌아 봤습니다.

사찰에 갈 때마다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스님들과 보살님들이 그저 좋았고, 어릴 때부터 읽었던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중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펼쳐보는 어설픈 신심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10.27법난이 어떤 일이었고, 우리 불교가 당한 핍박과 억울한 피해를 영상물로나마 보고 나니 그동안의 제 신행생활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더 알아야 할 많은 진실들이 무엇인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못난이 불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불교계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불자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또 반인륜적이고 무자비한 행동을 했던 그들에게 묻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왜 우리 불교를 핍박하고 반성하지 않는 건지, 어떻게 해야 우리가 당한 억울함을 당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많은 물질적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10.27법난으로 인해 입은 커다란 상처가 회복될 수는 없습니다. 억울하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스님들의 고통이 끝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눈에 보이는 피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불법적인 국가폭력으로 인해 실추된 불교계의 교권 침해이며 짓밟힌 명예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10.27법난의 진상을 알리고 소중한 명예회복을 위해 한 목소리로 뜻을 같이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작은 노력들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10.27법난은 끝나지 않은 것이며 계속 진행중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27법난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관련자의 진심 어린 사죄 및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설령 국가에 의해 저질러졌다 해도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하고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저는 아직 사회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어린 학생이지만 10.27법난으로 인해 상처받은 우리 불교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제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불교신문 2794호/ 2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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