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연재 (3)
불교신문사 사장상(우수상) / 민도정씨

어느 날 불교신문을 읽다가 1980년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군대를 동원해 전국의 사찰을 군홧발로 짓밟고 무고한 스님들을 연행, 잔인하게 고문한 사건, 10.27법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군사정권이 당시 사찰 3000여 곳을 수색하고 153명의 스님을 한 달간 서빙고동 안기부 분실에서 고문하고 조사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나를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이 10.27법난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같은 해 발생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모르는 국민들이 없지만 10.27법난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1700년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고 잔인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일까?

당시 언론은 “불교에는 문제가 많고 갈등과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많다”며 “불교 정화의 목적으로 비리가 있는 스님들을 체포, 수사하였다”고 왜곡하여 보도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10.27법난의 원인은 불교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짓밟고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함으로써 정권을 잡은, 정통성 없던 전두환 정권이 지지성명 요구를 묵살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까지 찾아간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눈엣가시로 여겨 한국불교를 정권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10.27법난의 책임자 전두환은 지금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 반면, 아무 죄 없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 때문에 파킨슨병에 걸려 제대로 걷지도, 말씀도 잘 못하시는 혜성스님의 모습을 보니 이제라도 10.27법난의 진실이 전 국민에게 알려져 제대로 된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종교를 무력으로 짓밟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종교박해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 10월27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를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신군부가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10.27법난을 준비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언론을 억압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철저히 통제했던 신군부는 언론을 통해 매도하기 쉽고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약한 불교계를 목표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그 실상을 취재한 ‘푸른 눈의 목격자’ 린츠 피터가 있었다. 그가 당시 광주의 상황이 담긴 필름을 과자통에 넣어 독일로 보내지 않았다면, 그 필름이 전 세계에 방영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부정적인 세계 여론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며, 국민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간첩들의 국가전복 사건으로만 여겼을 것이다.

이에 비해, 10.27법난의 경우, 사찰이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외부의 목격자가 없고 더구나 캄캄한 새벽 4시에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자행된 폭력이기 때문에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10.27법난의 진실이 빨리 드러나지 않았던 주요한 요인으로 언론의 철저한 외면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10.27법난의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웠던 또 하나의 걸림돌은 1988년 청문회 당시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에 의한 신군부 정권과의 타협과 화해 제스처라고 생각한다. 당시 피해자가 대부분이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은 전두환 정권과 책임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

게다가 역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할 전두환을 백담사에 은신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가해자인 전두환을 용서한 것은 피해자인 스님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입힌 것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했던 불교계의 줄기찬 노력에 의해 늦었지만 진상위원회를 통해 10.27법난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었다.

종교를 무력으로 짓밟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정확한 피해규모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피해자 접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님 한 분 한 분 모셔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증언을 영상으로 채록하고 기록해야 할 것이다.

둘째,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피해자 보상의 경우, 정부는 스님들이 봉급생활자가 아니므로 보상기준이 없어 의료지원만 하겠다고 한다. 적절한 생활비에 대한 산출이 시급하고 피해자들의 생계지원과 피해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정부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차원에서 스님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형상화하는 예술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미술 등의 각종 매체를 통해서 진상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이 제작되어 국민들에게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넷째, 10.27법난의 진상이 역사적으로 기록되어 반드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10.27법난으로 실추된 피해 당사자 스님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가해자가 용서되었다”거나 “옛일이니 들춰 낼 필요 없다”는 식의 태도는 피해자 스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자 실추된 불교계의 명예회복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스님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제대로 진상조사가 이뤄져 스님들의 이야기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잊혀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 2790호/ 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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