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연재 (4)
불교신문사 사장상(우수상) / 김희선 양

제5공화국 시절에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 중에서 우리가 대표적으로 기억하는 사건은 아마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일 것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강력한 종교탄압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명 10.27법난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 죄도 없는 승려와 불교 관련자들을 불교계 정화라는 명분으로 강제로 연행 수사하고, 사찰 및 암자 또한 수색하였다. 이로 인한 피해는 막대했다. 많은 불교신자들이 믿음을 잃게 된 것은 물론, 불교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착실한 종교인이라 믿었던 스님들이 사이비 승려라는 언론의 편파적인 기사, 여러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 확인 기사. 이러한 시련들을 거치며 불교계는 망가지고 스님들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는 10.27법난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또한 없었다. 이러한 종교탄압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종교는 그 신자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영향을 준다.

그런데 정부가 그러한 종교를 한순간에 사이비 집단으로 만들고, 일부 국민의 정신적 지주를 없애버린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일제가 우리나라의 정신을 억압하기 위해 한국어를 금지시킨 것과 다를 바가 없다.

10·27법난으로 불교계는 망가지고

스님들 명예도 ‘추락’

정부가 잘못 인정하고

불교계와 화해해서 발전 위해 노력해야

그런데 5.18 광주민주화운동만큼이나 중요한 10.27법난을 아는 이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정작 새로운 세대들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배운 교과서에는 아예 나와 있지도 않다. 다른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을 넣지 않은 것은 크나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커다란 실수일수록 더욱 더 후세에게 알려주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은가.

이대로 가다간 10.27법난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역사의 한구석에만 남아있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나 후손들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옛말에 ‘온고지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옛것을 제대로 알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한다. 무조건 잊어버리게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몇몇 언론, 불교인들은 아직 그 사건의 진상규명과 그로 인해 생긴 피해자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1세기에 들어와서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한 수순을 밝고 있다.

진작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불교계와 여러 피해자들과 화해를 하려 했다면, 피해자들이 그 사건의 상처로 힘들어 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제로 끌려가서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고문까지 당하고 몸도 마음도 다 망가져버린 이들의 고통의 시간이 줄었을 것이라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화해의 길이 열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화합만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그동안의 아픔을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아픔들이 앞으로의 화합과 미래에 대한 준비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나 또한 이러한 아픔들을 잊지 않고 나의 다음 세대들에게 계속해서 알려줄 것이다.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더욱 큰 화합을 만드는 후대가 되어 달라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말이다.

비록 10.27법난이 가져온 고통은 컸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고통의 크기만큼의 기쁨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그러니 그 사건을 부끄러워 감추려하지만 말고 새로운 미래의 밑거름으로 사용하도록 해야겠다.

[불교신문 2791호/ 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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