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학문① -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홍윤식 교수는 원로학장임에도 학문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열린 ‘삼화사 국행 수륙대재 대토론회’에서 발표하는 홍윤식 교수의 모습. 불교신문자료사진

일본 유학 후 불교의례연구 본격화
범패 등 무형문화재 지정에 앞장

나의 학문적 첫 걸음은 한국사에서 시작하였다. 6.25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우리사회가 왜 이런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사에 대한 연구는 그 방법론을 불교 문화사를 택하게 된다. 그것은 해인사가 설립한 해인 농림고등학교(현 동명고등학교)에서 3년간 불교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익히면서 은연중에 불교적 역사인식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동국대학교 사학과에서 황의돈, 안계현 교수님의 불교문화사 강의를 집중적으로 듣게 되었던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1960년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곳이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 예술학교)이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폭넓게 가르치는 특수교육기관 이었는데 이 학교의 교과과목 가운데 불교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과목이 많이 개설되고 있어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범패, 승무, 회심곡 같은 것이고 그 외에도 각종 민요, 가면극 등에 불교적 요소가 많이 수용되어 있다는데 흥미를 갖게 되어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범패 이후의 영산재 승무 등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이 같은 업적이 문화재관리국 당국에 알려져 젊은 나이로 문화재 전문위원이 되었다.

이후 나의 연구 영역은 불교의식으로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범패, 승무 등이 불교의식의 소산이라는데 연유하지만 이런 이유로 문화재관리국이 나에게 전국 불교의식조사를 하게 하여 여기 힘입은 바 크다.

조사보고서는 후일 <불교의식>으로 발간됐다. 그런가 하였더니 불교의식은 모두가 그 신앙의 대상을 불상이나 불화로 하고 있어 연구영역을 다시 이 방향으로 확대해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도 국립 문화재연구소의 전국 불화조사, 전국 괘불조사 등이 본인에게 맡겨져 더 한층 불교미술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한국 불교문화와 관련하여 그 폭을 넓혀가며 활동을 계속하다보니 불교학을 전공하지 않은 자로서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본격적인 불교학 연구를 위하여 일본유학의 길을 떠나게 됐다. 여기에는 당시 일본 경도대학 교수였던 마끼다 다이료(牧田諦亮)교수가 마침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그 분께 부탁하여 보증인으로서 초청장을 받을 수 있어 가능하였다.

이 때가 1970년의 일이며 내 나이 30대 후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교토(京都)에 있는 불교대학 대학원에 전기 마끼다 교수의 추천으로 바로 입학 할 수 있었고 이 대학에서 문학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박사학위논문은 ‘한국 불교의례의 연구’이다.

1974년 귀국과 더불어 그동안 한국 종교사학회에서 학회 활동을 같이 하였던 유병덕, 김태곤 교수가 원광대학교 국사교육과 전임강사로 나를 이끌어 준 것이 교수생활의 시작이요, 본격적인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나의 학문적 첫 걸음은 한국사에서 시작하였다.

6·25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우리사회가 왜 이런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게 되었는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사 연구방법론으로 불교문화사를 택하게 됐다.

원광대학교에서 13년간 재직하며 이곳에서는 ‘마한 백제문화 연구소’ 상임 연구위원을 맡아 고고미술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사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1987년부터는 대망의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사교육과(현 역사교육과)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얼마 전 열반에 드신 지관 큰스님께서 끌어 주셨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1987년 4월에는 문화재 전문위원에서 문화재위원으로 위촉받게 되고 연이어 서울시 문화재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도 겸하게 되었다.

동국대학교에서는 송석구 총장의 배려로 박물관장, 문화예술대학원장직을 맡아 2000년 2월 정년퇴임으로 교단에서 물러날 때까지 불교학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사, 불교미술, 불교의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그 활용에 힘써왔다.

그러는 동안 중국 일본 등지의 대학이나 박물관 등과 교류하면서 공동조사, 공동 연구발표 등을 계속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장 재직 중에 개관30주년 기념으로 호암미술관과 공동으로 일본에 있는 고려불화를 빌려와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깊은 관심을 끌며 개최하였던 고려불화전이다.

문화예술대학원장 재직 중에는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이란 주제로 중국의 역사박물관과 일본 나라박물관과 제휴하여 학회를 열며 이 분야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하여 계속 교류를 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나의 인생 나의 학문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하고 그를 종합하고 거기서 다시 융합의 원리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주요 약력 및 저서

●  1934년 경남 산청 출생

●  동국대 사학과에서 한국사 전공

●  일본 교토(京都) 불교대학 대학원에서 불교학 불교문화 전공, 문학 석·박사학위 취득

●  원광대학교 국사교육과 교수

●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

●  한국사상사학회 부회장

●  한국불교민속학회 회장

●  동국대 명예교수

●  <한국 불화의 연구> 원광대 출판부(1982)

●  <고려불화의 연구>  동화출판공사(1984)

●  <삼국유사와 한국 고대문화>  원광대 출판부(1985)

●  <한국 불교의례의 연구>(일본어판)  융문관(隆文館)(1986)

●  <한국의 불교미술> 대원정사(1986)

●  <한국 불교사의 연구>  교문사(1988)

●  <한국 불교의 밀교적 특성>  만다라(1995)

●  <불교 민속학의 세계>(공저)  집문당(1996)

●  <한국의 가람>  민족사(1997)

●  <문화유산의 전통과 향기>  민족사(2000)

●  <한.일 전통문화 비교론>  지원미디어(2004)

●  <불교문화와 민속>  동국대 출판부(2012)


■ 불교문화·민속 전문가…‘불미전’ 창설 주도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79세)는 한국 불교문화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불교의례와 의식, 민속 등 불교문화 분야 연구의 산 증인이다.

유형문화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1960년대 초반부터 불교의식에 관심을 두고 불교민속학을 학문적 관심 분야로 설정했다. 이같은 학문적 관심은 불교문화 전통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불교문화의 발전을 모색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후 40여 년 넘게 연구에 매진하며 불교의례 및 불교민속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불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해왔다. 특히 불교문화재를 문화재로만 바라보는 인식을 바로잡고 신앙의 대상인 성보(聖寶)라는 개념을 널리 확산시켜 온 노력은 홍윤식 교수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광대학교 교수 시절에는 한국미술사와 사상사를 담당했으며, ‘마한 백제 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미륵사지 발굴조사, 왕궁리 유적발굴조사, 익산지역 지표조사 등을 하기도 했다. 특히 문화재위원 및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교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서 범패를 비롯해 영산재, 승무 등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지난 1월27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조계종 총무원 근무 당시에는 ‘불교미술공모전’ 창설을 주도했으며, 동국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불교미술 인재 양성에 앞장섰다. 동국대 재직 중에는 박물관장, 문화예술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1993년 고려불화전을 개최해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본과 프랑스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대여해 개최한 고려불화전은 한국 불화의 예술적 가치를 선양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불교미술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학을 비교하며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등 불교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지난 2002년 퇴임 이후에도 불교 무형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왕성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불교민속 연구와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불교민속학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불교신문 2788호/ 2월4일자]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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