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 - (32) 화순 운주사

출가 후 속세에서 진리를 찾아다니는 순녀(강수연)와, 이상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진성스님(진영미)의 구도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는 소설가 한승원의 원작과 거장 임권택 감독의 연출,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받게 된 강수연이 주연한 대작이다.

영화는 강수연이 역할을 한 순녀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순녀의 아버지는 출가를 했다. 월남 전에서 돌아온 후 출가한 아버지에게 아픈 부성만을 간직한 채 성장한다. 이후 선생님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간호전문대학을 나온 후 순녀 또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출가의 길을 선택한다.

영화 속 순녀(강수연)가 계를 받는 모습.

그녀 또한 출가했지만 자신의 총명함 때문이지 대중들의 미움을 받고 한 남자의 생명을 구한 후 어쩔 수 없이 그를 구하기 위해 속세로 돌아온다. 진성스님은 하고자 했던 대학공부를 마쳤지만 공부에는 진전이 없다.

그 둘은 다 은사인 은선스님에게 질문을 받는다.

산문을 떠나는 순녀에게 던진 질문은 “네 혼령은 여기에 남고 네 등신이 여기를 떠난다. 떠나가 사는 네가 진짜인지, 여기에 남은 네가 진짜인지 말해 보아라.”

계곡 곳곳에 부처님들이 조성되어 있다.

진성스님에게 던진 질문은 “달마스님 얼굴에는 왜 수염이 없느냐?”다.

둘은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세간에서 출세간에서 수행을 해간다.

둘의 앞으로의 행적을 암시하는 장면이 영화 앞 부분에 나온다. 행자생활을 하던 순녀가 진성스님을 비롯 다른 스님들과 함께 화순 운주사를 찾는다.

순녀와 진성스님의 구도여행

이상 속에서 부처님 찾는 스님과

중생의 삶 속에서 ‘참나’찾는 순녀

진성스님은 투박하게 조성된 운주사 부처님들을 바라보며 “부처님이 왜 이리도 못생겼을까” 라고 했지만 순녀는 “부처님도 인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진성스님과 순녀는 깨달은 존재인 부처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상속에 존재하는 부처님을 이야기하는 진성스님과 부처님과 중생은 같다 순녀. 그 둘은 은사 스님의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

아기부처님 미소가 보인다.

두 수행자에게 다르게 보여진 운주사 부처님들을 친견하기 위해 지난 18일 화순 운주사를 찾았다. 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을 때 절에 도착했다.

운주사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81년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으로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1000기 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1000기의 석불 석탑이 지금까진 전해지진 않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석불 석탑이 남아 있다.

운주사를 찾으면 반드시 봐야 하는 곳들이 있다. 절 뒤편에 있는 공사바위와 서쪽 산 능선에 있는 거대한 두 분의 와불이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한다.

천번째 부처님으로 알려진 와불.

골짜기를 따라 서있는 거대한 석탑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쉽게도 두 분 부처님이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석조불감과 원형다층석탑이 보수 공사로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볼수가 없었다. 대웅전에 참배 후 공사바위로 향한다.

바위 중간에 깊게 패인 홈이 있다. 거기에 등을 대고 앉으면 자세가 딱 나온다. 운주사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곳에 앉아서 불사를 지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바위 이름이 공사바위로 불린다.

2008년 4월 운주사는 아찔한 위험의 순간이 있었다. 운주사 뒤쪽 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운주사를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찰 대중들과 소방당국의 대처로 사찰의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공사바위에서 바라보니 화재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운주사 골짜기를 둘러싼 모든 산들의 나무들이 사라져 벌거숭이가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성보가 모셔져 있는 곳에는 화마가 침범하지 못했는지 성보 주변에는 아직 소나무들이 남아 있다.

경내 곳곳에 자리잡은 탑. 우측 위에 보이는 바위가 공사바위.

공사바위에서 내려와 와불이 모셔진 언덕으로 향한다. 와불이 바로 1000번째 부처님으로 “이 1000번째 와불님이 일어나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삶이 힘들었던 중생들이 한 분 한 분 부처님을 조성하면서 정토를 꿈궜을 것이다.

영화 속 두 수행자가 꿈꾸는 정토는 어땠을까.

은사인 은선스님이 입적하기 전 순녀는 절로 돌아온다. 은사 스님은 그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순녀는 은사 스님의 사리를 가지고 다시 속세로 돌아간다.

“이 뼈를 1000개 조각으로 쪼개가지고 여기 저기 떠돌다 머무는 곳에 탑을 만들겁니다. 꼭 1000개만 만들 생각입니다.” “미망을 뒤집어쓰지 않고서 어떻게 미망 속에 갇힌 중생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순녀의 마지막 말이다.

[불교신문 2772호/ 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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