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각사 1000일 기도 현장을 가다

지난 13일 광주 무각사 대웅전에서 새벽예불에 동참하고 있는 불자들의 모습. 흰색 법복을 맞춰 입고 동참한 100여 명의 불자들은 광주 무각사와 호남불교 발전을 발원했다.

1000일 기도를 통해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수행결사를 실천하고 있는 사찰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전남 불교의 중심으로 수행과 전법에 앞장서고 있는 광주 무각사(주지 청학스님)가 바로 그곳이다.

매일 새벽 4시, 주지 청학스님과 100여 명이 넘는 불자들은 대웅전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예불, 금강경 독송, 관세음보살 정근을 진행한다. 불자나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새벽예불에 동참하는 다른 사찰들과 달리 무각사 새벽예불에는 108명의 불자들이 흰색 법복을 입고 동참하고 있다.

무각사의 1000일 기도는 이번이 두 번째. 청학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은 이후, 지난 2007년 8월13일부터 2010년 5월8일까지 1차 1000일 기도를 회향한데 이어 다시 2010년 5월28일부터 2차 1000일 기도에 돌입했다. 침체된 호남불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청학스님의 원력과 무각사 발전은 물론 호남불교의 중흥에 일조하겠다는 신도들의 염원이 더해져 1000일 기도는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다.

조계종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행결사 실천에 앞장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2차 1000일기도 535일을 맞은 지난 13일, 광주 무각사 대웅전을 찾았다.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는 불자들의 모습.

새벽4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주 시내가 아직 어둠에 잠들어 있는 것과 달리 무각사 대웅전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휴일인 일요일을 맞아 늦잠을 자며 게으름을 피울 법도 하지만 예불이 시작하기 이전부터 100여 명이 넘는 불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참선을 하는 사람부터, 108배를 하는 사람들까지 예불에 앞서 저마다 수행을 하며 새벽예불을 준비했다.

흰색 법복 상의를 맞춰 입고 정해진 자기 위치에서 예불에 동참했다. 복장을 통일함으로써 개인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무각사와 호남불교를 위해 한 마음으로 기도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지역불교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날마다 108명 새벽기도 동참

금강경 독송, 관세음보살 정근

무각사와 호남불교 발전 기원

또 참가자들마다 법당 내 정해진 자신의 자리가 있어 불참자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금방 빠진 인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기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누가 빠졌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휴일 새벽시간이기 때문에 혹시 빠진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쉽게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휴일을 맞아 가족들을 데리고 참가한 이들로 법당안은 빼곡했다. “일요일이라 모처럼 엄마와 함께 참가했다”는 어린이부터 “새벽예불에 늦지 않게 참가하기 위해 어제 저녁 절에 와서 잤다”는 신도들까지 기도에 동참하는 불자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흰색 법복을 함께 입고 100여 명의 불자들이 한 목소리로 올리는 예불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소중한 생명을 바쳐 삼보전에 귀의하겠다는 불자들의 지극한 마음이 느껴졌다.

예불에 이어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독송과 관세음보살 정근을 이어갔다. 100여 명의 불자들은 한 목소리로 ‘관세음보살’ 정근기도를 하며 극진히 마음을 보탰다.

정근을 하는 동안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는 불자들도 눈에 띄었다. 목탁 소리와 함께 불자들의 정근 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고요하게 잠든 도시를 일깨웠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청학스님의 법문으로 마무리됐다. 기도를 마친 불자들은 서로 합장 반배하며 기도 기간 동안 힘이 되어 주고 있는 도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기도가 끝나고 법당을 나설 때쯤, 짙게 깔린 어둠이 걷히면서 하늘이 밝아지고 참가자들의 법복과 좌복에 새겨진 ‘원아수승변장엄(願我勝福遍莊嚴)’이라는 <천수경>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가 이룬 수승한 복으로 장엄하게 변하기를 원하옵니다”라는 뜻처럼 청학스님이 무각사의 1000일 기도가 호남불교의 큰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긴 것이다. 침체된 호남불교에 새 바람을 불러오기를 기원하며 주지 스님과 신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동참하고 있는 1000일 기도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

주지 청학스님은 “새벽기도를 하면서 겸허해져야 하며 진정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면서 “기도에 동참하며 마음의 여유가 생긴 만큼 모두들 더 행복해지고 하는 일도 원만하게 성취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2769호/ 11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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