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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판각은 진정한 국민통합 발원”김두관 경남지사 특별인터뷰

   
 
웅기(雄氣). 김두관 경상남도 지사가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2007년, 도림법전 조계종 종정예하로부터 받은 법명이다. 지난 17일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법명의 ‘웅(雄)’이 ‘웅(熊)’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듬직한 풍채가 돋보였다. 엄연히 불교가 정치적 마이너리티인 현실에서, ‘불자로서…’라고 거듭 되뇌는 말투도 기억할만한 첫인상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되 사람에 쉽게 ‘끄달릴’ 것 같지 않은 표정과 언변에서, ‘잠룡(潛龍)’다운 면모가 비쳤다.

현재 김 지사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역사적 가치와 과학적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대장경 천년축전을 준비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피로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려, 혼신의 힘을 다해 대장경을 판각한 선조들의 충정. 이를 계승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룩하겠다는 발원이다.

만난 사람=이성수 편집국장

- 대장경 천년축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조직위원장으로서 축전의 의미와 특징을 설명해 달라.

= 2011년 고려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경상남도와 합천군, 그리고 해인사가 공동으로 9월23일부터 11월6일까지 합천군 가야면 주 행사장, 해인사와 창원컨벤션센터 등 경남 일원에서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고려대장경은 당시 내우외환의 시대상황 속에서 ‘화평(和平)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만든 동아시아 문명의 결정체다. 이번 축전을 통해 대장경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 그리고 한국의 불교문화, 기록문화, 정신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대장경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하겠다.

팔만대장경은 당대 인류문명 결정체

백성은 가난이 아닌 ‘불공정’에 분노…항상 마음에 새겨

- 도내에 위치한 해인사에 봉안된 팔만대장경의 문화유산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팔만대장경은 고려인들의 지혜와 역량을 총결집한 문명의 보고(寶庫)다. 전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목판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이다. 규모와 내용, 형식에서 당대 인류 문명의 결정체로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도 그 보존 과학의 우수성이 입증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결국 세계문화유산이 세계기록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대장경의 위상이다.

- 경상남도의 도정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경남의 특징과 자랑거리, 그리고 도정운영 기조는 무엇인가.

= 경상남도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관문역할을 하고 있는 요충지로서, 지리적으로나 물류·교통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가야문화의 발상지로서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조선산업을 비롯하여 국내 대표적인 기계, 항공, 로봇 등 튼튼한 산업기반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 왔으며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지역이라 할 것이다. 역사, 자연환경, 문화, 산업 등 제반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로 만들어 도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지방정부와 조계종 교구본사 등 불교계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결국 불교발전은 지역발전과 상생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 경남에는 우리나라 삼보(불·법·승)사찰 중 불보종찰과 법보종찰인 통도사와 해인사가 있다. 아울러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을 비롯해 현 종정 법전스님, 총무원장을 지낸 고산스님과 지관스님 등 불교계의 많은 인물을 배출한 불교의 본산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엔 어김없이 조계종 본말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경남을 대표하는 귀중한 홍보자료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의 보물이다.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법 테두리 내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모순 방치하면 종교 신뢰도 떨어져

정부가 바른 길 못갈 때 지도층이 의무 못할 때

종단이 경책해주길…

- 한국불교는 1700년 간 찬란한 전통문화를 창달하며 우리 민족과 영욕을 같이 해왔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불교계의 역할을 당부한다면.

=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로 거듭나기 위해 조계종이 시행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에 박수를 보낸다. 법률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종교는 국민 개인의 마음을 정화하는 일에만 매진하면 된다. 그러나 알다시피 오늘날 빈부의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사회모순에 대한 청산과 개선이 시급하다. 종교가 사회모순을 방치하면 국민들의 종교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정도(正道)를 가지 못할 때, 지도층이 국민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종단이 적극적으로 나서 경책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 불교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특별히 친분이 두터운 스님이 있는지. 그리고 마음에 새긴 불교 관련 경구가 있다면.

=정치적 대안을 준비하며 힘겨웠던 2007년 당시, 해인사에서 법전 조계종 종정예하를 친견하고 계를 받으면서 불교에 입문하게 됐다. 대장경 천년 축전 개최도 종정예하와의 고귀한 인연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불교적 소양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특별히 친분이 두터운 분을 딱히 말하려니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스님들이 서운해 할까 두렵다. 다만 대중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대승불교 사상의 정수를 항상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동네 이장에서 시작해 경남지사에 취임한 자수성가의 인물로 평가된다. 꿈을 꿀 권리조차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 학비가 없어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축인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그저 생계를 위한 비정규직 신세를 전전하는 현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결국 대안은 보다 질 높은 일자리 창출뿐이다. 경남도는 거창대와 남해대 등 2곳의 도립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등록금은 국립대보다도 적지만 취업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취업난 해소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고 했다.

아울러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고 했다. 비록 어렵고 힘든 현실이지만 우리 모두 ‘희망’의 끈을 꽉 잡고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

‘언덕은 내려다봐도 사람을 내려다 봐서는 안된다’

어머니 말씀 통해 ‘섬김’의 정신 배워

공정한 사회 만들고 싶어

- 내년에 국가지대사인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열린다. 명망 있는 정치인으로서 대권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으리라 본다.

=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란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경구다. 진솔한 마음과 열정적인 자세로 일단 도정에 최선을 다한다면, 훗날 민심을 얻어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 스스로 꿈꾸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란 무엇인가.

= 오늘의 나를 올바르게 길러주시고 인생의 나침판 역할을 해 준 이는 어머니다. 가난한 살림에 홀로 5남매를 키우신 분이다. 비록 한글도 다 깨우치지도 못하셨지만 자식들에게 늘 이런 가르침을 강조하셨다. ‘언덕은 내려다봐도 사람을 내려다 봐서는 안된다.’

이를 통해 ‘섬김’의 정신을 배웠고, 뼈저린 가난을 겪으면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백성은 가난한 것에 분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화낸다(不患貧患不均)” 란 말처럼 공정한 사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으며 더불어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프로필

1959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에서 시작해 민선 1, 2기 남해군수를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 발탁돼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경상남도 지사로 일하고 있다.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등 5권의 저서를 냈다.


■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대장경의 역사적 가치

과학적 우수성 홍보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은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역사적 가치와 과학적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9월23일부터 11월6일까지 45일간 해인사가 위치한 합천군 가야면 일대에 팔만대장경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한 다채로운 전시공간이 문을 연다.

대장경의 역사와 과학을 디지털로 구현한 대장경천년관을 비롯해 문헌학적 불교사상사적 의의를 살펴볼 수 있는 지식문명관, 정신문화관, 세계교류관 등이 그것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그림과 무용, 음악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해인아트 프로젝트, 해인사의 명물인 홍류동 계곡에서 즐기는 걷기 명상 ‘홍류마음길’도 대장경의 신비로운 매력을 전한다.

[불교신문 2746호/ 8월27일자]

창원=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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