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덕릉로’로 지명 변경
수암스님 “도로명 변경 받아들일 수 없다”

서울 화계사(주지 수암스님)가 정부의 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화계사길’ 지키기에 나섰다.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도로명 부여 서울시 공지문에 따르면 기존 화계사길이 덕릉로로 변경된다”며 “경기도 별내면에 위치한 덕흥대원군의 묘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덕릉로’가 강북구의 새 도로명 부여에 오랜 세월 사용해온 ‘화계로’에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화계사길은 화계사 인근 한신대입구부터 번동사거리까지 1.8km에 이르는 길이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화계사길은 덕릉로로 명칭이 변경됐다. 덕릉로는 화계사에서 시작해 남양주 별내면까지 이어지는 11.4㎞ 구간의 도로명이다.

이에 대해 수암스님은 도로명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덕릉로가 지역적 특성, 역사성, 위치 예측성, 영속성, 지명, 지역주민의 의견 등 도로명의 부여·변경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암스님은 “화계(花溪)는 화계사 일대가 꽃골로 불리던 것에서 연유된 것으로 새 주소지 명칭은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지명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처에 화계사가 있어 ‘화계’의 지명이 화계사에서 유래했다는 종교적 이유로 ‘화계사길’을 폐지하고 덕릉로로 바꾸었다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스님은 1949년 서울시 편입 당시 사용하던 ‘화계동’의 명칭, 1984년 서울시공고에 의한 ‘화계사길’, 화계중학교, 화계초등학교, 화계교회 등의 지역 명칭 등을 제시했다. 화계라는 지명이 특정종교의 이미지를 넘어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며, 행정구역상으로도 이미 60여 년으로 사용해 오고 있는 지명이라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또 수암스님은 변경된 도로명인 덕릉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수암스님은 “덕릉은 조선왕조 선조임금의 부친인 덕흥대원군의 묘로 공식적으로 능으로 봉해진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덕릉으로 불리었던 것”이라며 “덕릉이 어디에 있고 누구의 능인지 아는 이가 없는데도 서울시민이 다 알고 있는 화계사길이 덕릉로로 바뀌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암스님은 “7월15일까지 도로명 변경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찰 신도와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화계사길’ 복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화계사길이라는 고유 지명을 제쳐두고 지역주민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름이 사라져야 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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