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생각 내리고 ‘덩어리’를 해체하라”

“마음챙김은 제3의 길이다. 화에 굴복(화를 폭발함)하거나 화와 투쟁(화를 부정하거나 억누름)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화를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다. 음식 먹고 싶음에 굴복(먹음)하거나 음식 먹고 싶음과 투쟁(참음)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음식 먹고 싶음을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욕구에 굴복(욕구의 충족)하거나 아니면 욕구와 투쟁(억누름)하기를 선택한다. 마음챙김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통해 그 상태에 대한 인내력이 증진된다. 결과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커진다. 그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굴복하거나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아도 된다. 그 상태에 그냥 머무를 수 있다.

‘마음챙김’은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이 싫어서 회피하려고 술이나 잠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울의 정서 상태를 회피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우울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우울에 대해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은 순수한 주의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을 통해 우울을 직면하는 것은 스스로를 우울에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챙김 통한 상처 치유법

욕구와 인식의 접착제 떼기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 직면…

회피하면 더 깊은 늪에 빠져

마음챙김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통해 그 상태에 대한 인내력이 증진된다. 결과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커진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금강경>에서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대목이 있다. ‘모든 모습에서 모습 아님을 볼 수 있으면 여래를 보게 되리라’는 뜻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과 현상에는 이미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욕구와 생각이 버무려져 있다. 자신의 욕구 체계와 인식 체계에 따라 대상이나 현상을 각색해서 받아들인다. 이렇게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이나 현상은 우리의 욕구와 생각이 뭉쳐진 덩어리다. 마음챙김은 욕구와 생각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대상이나 현상을 직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마음챙김하면, 즉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직시하면 욕구와 인식의 접착제가 떨어지면서 덩어리가 해체되고 대상이나 현상의 구성요소들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우울할 때 우울을 가만히 지켜본다. 우울을 덩어리로 보지 않고 낱낱이 본다. 우울할 때 몸의 어떤 부위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정서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고 있는지 낱낱이 나눠서 본다. 자신의 우울을 인정하지 않고 우울한 것은 나쁜 것이며 우울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때 우울의 늪에 더욱 깊게 빠지게 된다.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바라볼 때 우울의 덩어리가 해체되고 낱낱을 보게 된다. 우울에서 우울 아님을 보게 된다. 비교적 견딜 만해지고 굳이 피하려 하지 않고 그냥 수용하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울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울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피하려고 할때는 없어지지 않던 것이 그냥 수용하니 오히려 사라지는 원리다.

‘마음챙김’은 초기불교의 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명상수행법의 하나다. 1979년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행동의학과 교수인 존 카밧진이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2000년대 들어 미국 주요 병원 240여 곳에서 의료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서도 ‘마음챙김’은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추세다. 아주대 병원, 서울 성모병원에서 명상프로그램이 질병치료에 쓰이고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2007년 ‘한국형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현재 운영중이다. 실제로 마음챙김 명상을 8주 이상 수련하여 두통 요통 등의 만성 통증의 증후가 개선되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가 줄어들며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에서 면역수치가 높아지고 암에 따른 우울증이나 심리적 증세가 호전됐다는 논문도 적지 않다.

저자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여년 동안 심리학과 명상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고 한국건강심리학회장과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 2715호/ 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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