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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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사찰에 들렀을 때 간혹 눈에 거슬리는 게 현수막이다. 현수막의 내용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현수막이 걸린 위치가 문제란 것이다. 일부 사찰에선 가람의 중심인 대웅전을 비롯해 주요 전각에 법회와 기도, 불사 일정 등을 담은 플래카드를 마구잡이로 걸어놓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가장 좋으니 홍보의 차원에선 그보다 적당한 지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길을 어지럽히는 광고의 물결 때문에 진정 절에서 느껴야 할 감동이 희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물품판매와 같은 상업적 광고, 기복적인 신행을 부추기는 내용의 현수막이 부처님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광경을 만날 땐 눈살이 더욱 찌푸려진다. 마음을 쉬러 왔는데 쉬기가 힘들고, 시끄럽고 치졸한 세속을 피해 왔는데 세속에 버금가는 번잡함에 지친다.

전각의 아름다운 전경을 오롯이 사진에 담으려 할 때에도 현수막은 애물단지다.

물론 삼보(三寶)의 전승과 외호를 위해 사찰의 법회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공고와 동참 권유는 불가피하다. 불교 본연의 역할인 수행과 전법을 위해선 법회는 열려야 한다. 아울러 신도 교육은 활성화돼야 하며 불사도 지속돼야 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다만 형식이 부적합할 때 사람들은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의심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사찰의 각종 대소사에 관한 현수막을 걸어두는 별도의 거치대를 마련하고, 전각은 성스러운 종교 공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게 작은 제안이다.

 

[불교신문 2707호/ 3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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