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내 자신 그 때 왜 그런 마음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전생부터 부처님과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사춘기 어린 시절 열일곱 살에, 괜스레 나도 스님을 따라 절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스님을 따라 범어사에 입산하여 어른 스님들을 모시고 ‘부처님 공부’를 한 것이 오늘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공부하는데 특별한 마장이나 방황 없이 부처님을 모시고 살아온 것이 모두 불보살님의 은덕이 아닌가 싶어요.”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느끼는 사람의 것” 

     

 만족이 최대의 부(富)요 건강이 최대의 재산

‘지족하는 삶’이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삶 …

 

경기도 가평 백련사 주지 승원(勝源)스님. 출가인연을 ‘불연(佛緣)’이라는 한마디로 짧게 줄여냈지만 조계종총무원 기획실장과 종단 대변인으로 널리 알려진 스님이다. 치밀한 기획과 간단명료한 논평 등으로 대사회 현안을 원만히 처리하면서 최장수 기획실장 기록을 남겼다.

주지 소임을 맡은 지 10여년 만에 도량면모도 일신했다. 지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만들어낸 템플스테이 전용관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와서 사찰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중부지역 최고의 시설이라 할만하다. 또 주변의 잣나무 숲은 명상을 위해 누구나 걷고 싶은 자연림. 여기에 신도들을 위한 부도전까지 조성해 대를 이어가며 찾을 수 있는 미래형 사찰로 꾸려가고 있다. 지역특성을 감안한 군부대 법회 지원을 비롯하여 일요법회와 어린이법회 활성화를 위한 셔틀버스 운용계획도 스님이 아니면 생각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원력에 추진력이 뒷받침되다 보니 ‘형태만 겨우 남아 있을 정도’라던 사찰은 어느 새 ‘21세기형 수행도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항상 정체성을 되새기고 강조하다 보니 스님이 가는 길은 항상 밝고 힘차 보인다. 그림자라도 따라가고 싶은 선지식들의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은사(恩師) 관조성국(觀照性國)스님은 한 마디로 ‘은은한 매화향기 속에서도 결코 타협하거나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 같은 분’.

 20대 후반 해인사 강주와 범어사 삼직(三職)소임을 잠깐 맡은 것 이외는 평생 주지 한 번 맡지 않고, 타협을 모르고 꼿꼿한 삶을 살아 상좌에겐 특히 “수행자는 이렇게 살다 가야한다”는 모습을 보였다. “‘중이 무슨 사진이냐?’는 주변 스님들의 질타 속에서도 ‘지금, 내가 아니면 늦는다’는 선구자와 구도자의 마음으로 사진 영상을 통하여 부처님의 화엄세계를 드러내셨는데 스님께서 가시고 난 지금 생각하면 그 식견은 참으로 고매하고 탁월하셨던 것 같아요.

아마도 스님의 사리와도 같은 사진자료들은 분명 후대 한국불교를 위하여 보석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승원스님이 막 출가해 한창 공부하던 1970년대 해인사 범어사 등에는 이름난 선지식이 즐비했다. 그분들을 가까이서 뵙고 시봉할 수 있었던 것조차 스님은 큰 복으로 생각한다. 오랜 세월 장좌불와(長坐不臥) 했던 현 범어사 조실 지유스님이 그 가운데 한 분. 스님은 당신의 일을 절대 남에게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솔선수범 그 자체, ‘큰스님’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아서일까? 스님은 자연히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하라고 하는 것은 큰스님의 모습이 아니다. 자기로 인하여 남을 피곤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종교 본연의 기능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즈음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지금 항상 행복하시라’는 덕담을 합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느끼는 자의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더 나은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행복할 것 같지만 설사 더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다고 할지라도 결코 그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믿음을 주는 마음이 ‘공심’입니다”

  지도층 대상 사찰체험…템플스테이 전용관 마련

 ‘신도들을 위한 부도전’ 조성 … 도량면모 일신

 

왜냐하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보요경>에서 ‘만족(滿足)이 최대의 부(富)요, 건강(健康)이 최대의 재산’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족(知足)하는 삶이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삶’입니다.” “불교는 수행(修行)과 실천(實踐)의 종교입니다. 불교가 가장 불교다운 모습은 수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승속을 막론하고 수행도 부족하고 실천도 부족합니다. 우리 스님들부터 뼈아픈 수행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정진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쉽고 단순한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기독교를 믿는 사람과 불교를 믿는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단 한 글자 차이입니다. ‘~면’자와 ‘~도’자입니다. 불자는 바쁘면, 피곤하면, 일이 있으면 절대 절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인은 바빠도, 피곤해도,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갑니다. 결국 정체성이 부족한 것입니다. ‘군자(君子)는 불기(不器)(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어> 위정편의 말로써 ‘군자는 그릇의 한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소인은 그 그릇이 한정이 있는 반면에 군자는 그릇의 크기를 잴 수도 없고 아니 그릇 자체를 논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물에는 네모나, 세모의 정형이 없습니다. 다만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결국 그릇이란 부수어버려야 할 대상입니다. 어떤 그릇이 있으면 그릇의 크기밖에 담지 못하지만 역으로 그릇이 있어야 담을 수 있습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형식이 소중한 내용을 만들기도 합니다.” 스님이 어딜 가더라도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불교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이다. “이 시대에 우리 불교가 참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신도의 다섯 가지 조건

1. 수계하여 법명을 받고 2. ‘원찰’이 있어야 한다 3. 정기법회.기도에 참석해 4. 수입의 일부를 기쁘게 희사 5. 부처님 가르침 공부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는 수계(受戒)하여 법명(法名)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원찰(願刹)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정기적으로 법회나 기도에 참석을 해야 합니다. 넷째는 수입의 일부를 기쁘게 희사(喜捨)해야 합니다. 다섯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工夫)하고 실천(實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을 진실한 불자(方可謂之眞實佛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믿음, 공심(公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수행을 하는 스님이나, 살림을 하는 사람 그 누구를 막론하고 공심이 있어야 합니다. 천목 중봉(天目中峰, 1262~1323) 선사는 ‘공(公)’을 ‘불조성현(佛祖聖賢)의 본심(本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을 지공(至公), 대공(大公), 소공(小公)으로 구분했는데 지공은 도(道)를, 대공은 교(敎)를, 소공은 행정(行政)을 잘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리하여 스님은 ‘도가 아니면 교를 드러낼 수 없고, 교가 아니면 살림살이를 잘 할 수 없고, 살림살이를 잘못하고서는 도를 널리 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셋이 모두 서로 의존관계에 있으면서 모두 불조성현의 본심에서 나온 공(公)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살림살이를 공심으로 살면 이것이 바로 도의 실천이요, 깨달음의 현현이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누구에게나 믿음을 주는 마음을 공심(公心)”이라고 표현한다. “시공여사(視公如私)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사용(私用), 즉 개인 재산에 대한 절약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공고(公庫), 즉 공적재산을 절약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재를 아끼듯이 공적 재산을 아낄 수만 있다면 국가나 절 집안이나 분명 흥왕(興旺)할 것입니다. ‘시공여사’는 자신의 재산처럼 공적 재산도 절약해서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자기 개인의 재물이야 쌀 한 톨도 깍쟁이처럼 아끼는 사람도, 공적 재산은 물 쓰듯이 흥청망청 사용하다가 재정이 바닥난다면 결국 피해자는 누구이겠습니까? 책임을 지는 공직자, 책임을 지는 스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이나 스님의 모습입니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만 있다면 배우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님은 ‘삼라만상개오사(森羅萬象皆吾師)’라는 말을 좋아한다. 불자라면 무엇을 배워야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자기보다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출가자는 스스로 어디에 있던 내가 스님인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깨어있는 삶이지요.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태어날 때 정신을 차리고 태어난 사람이 있습니까?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정신없이 살고 죽는다면 분명 또 정신없이 태어날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느끼면서 하는 일이 무엇보다 깨어있는 삶의 시작입니다.” 기도시간이 임박해지자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진 도량의 일부를 설명하고 법당으로 향했다. 스님은 “바빠서 죄송했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전혀 서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평=김선두 기자 sdkim25@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승원스님은 …

법호는 현산(炫山). 1974년 부산 범어사에서 관조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승가대학과 동국대 선학과와 행정대학원 복지행정학과 졸업했다. 봉암사, 동화사 등에서 수선 안거한 이래 육화정사와 선림원 주지, 봉은사 기획실장과 총무국장 포교실장, 총무원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경기도 가평 백련사 주지를 맡아 ‘경기북부의 대표적 수행도량’을 일구어가고 있다.

 

[불교신문 2699호/ 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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