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원 동춘스님, 불서 무료배포

 
 
 
“죽기 전에, 더 기억력이 흐려지기 전에 책을 법보시하는 것으로 소납의 생애를 회향하려고 합니다.” 조계종 원로의원 동춘스님의 법보시가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주 기림사 서장암에 주석하는 동춘스님은 최근 소설가 정찬주가 편역한 <관세음보살 이야기(선연刊)>를 제작, 전국 사찰과 군법당, 병원법당, 교도소 등지에 무료로 배포했다. 스님의 법보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처님이 들려주신 효이야기>(2000년), <밤톨이와 얼짱이의 효도 뚝딱>(2003년), <엄마 아빠 고마워요>(2004년) 등 효사상이 담긴 책을 지금까지 무려 60만부 발행, 전국 어린이·청소년에 법보시로 나눠줬다.
 
기림사 서장암에서 손수 밥 짓고 빨래하면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홀로 수행하는 스님은 약값이나 교통비, 법문비 등을 모아 이같은 보시행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동춘스님은 출판 일로 서울에 머물 때 짐보따리가 많아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택시비로 책 몇 권은 더 살 수 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장거리를 갈 때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국수 한 그릇으로 공양을 대신하는 스님이다.
 
이번에 법보시용으로 선정한 도서 <관세음보살 이야기>는 중국 건륭판 <향산보권>을 편역한 책으로 스님은 책머리에 “평생동안 소납에게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 세 권을 보고 소납은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스님은 “한 권은 갓 출가해서 <부모은중경>을 읽다가 부모에게 불효했다는 생각에 울었고, 또 한 권은 소납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 <우동 한 그릇>”이라며 “특히 <관세음보살 이야기>는 온갖 고난을 참고 극복하는 인욕바라밀 부분이 특히 감동적이었고, 이 정도는 인욕바라밀을 해야만 참다운 불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한 “이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만 명 중에 단 한명이라도 인욕바라밀을 본받아 실천한다면 소납의 법보시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했다.
 
<관세음보살 이야기>는 중국 흥림국 묘장왕의 세 딸 중 막내인 묘선이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법(佛法)을 믿고 수행하다가 마침내 왕궁을 떠나 출가하여 향산에서 관세음보살로 성불한다는 이야기다. 묘선공주가 삼보(三寶)를 인정하지 않던 부친 묘장왕에게 전한 다음과 같은 말은 동춘스님의 보시행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보살은 평등한 마음으로 자기가 지닌 물건을 남김없이 모든 중생에게 널리 베푼다. 베풀고 나서 뉘우치거나 아까워하거나 대가를 바라거나 명예를 구하거나 자기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이롭게 할 뿐이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578호/ 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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